타지벌이, 그리고 주말에만 서울 사람. 그리고 그리스도인.
건설현장직 관리자로 일하며 타지에서 돈을 버는 토목기사, 격주로 토요일 근무에 공휴일은 보장 못받는 워라밸은 쉽게 꿈꾸지 못하는 직업이 아닐까.
중학교 2학년 때까지였나, 그 때 까지는 노는 토요일과 학교에 가는 토요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중3이 되었을 때는 전면 토요일 휴업이 의무화되면서 토요일은 당연한 휴일이 되었다. 그로부터 10년, 26살이 되어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이 토건업계는 격주로 토요일에 출근하며 건설현장을 관리한다.
'놀토'인 때는 금요일 저녁에 집으로 가지만 '일토'인 때는 토요일 저녁에 간다. 부모님과의 시간을 가지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아니겠는가. 거기에 교회까지 열심히 다니는 탓인지 덕인지, 당신들께 정말 죄송한 동시에 한편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은 나 또한 나이가 들어가고 사회적으로도 성장하면서 여러 관계 가운데서 항상 부모님만을 위한 일상을 더 이상은 보내기가 힘들다는 것. 그렇게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도 조금씩 멀어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된다면 더더욱 그렇게 되겠지. 한 달에 한 두 번 보는 사이에서 만약 정말 멀리 간다면 명절에나 보는, 또는 분기에나 한 번 보는 그런 사이가 되지 않을까.
내가 감히 자신있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내 부모님은 내가 태어난 이래 평생을 나와 내 누나를 위해 젊은 시절을 모두 바쳤다는 것이 아닐까. 내 시점에선 평생을 나를 위해 살아온 '유삼'한 사람들 중 두 분이 바로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니겠는가. 나머지 한 분은 친할머니다. 친할머니도 내 인생의 엄청난 지분을 갖고 계시지만 부모님만큼일 수는 없는 법. 나를 위해 평생을 고생하신 분들과 일 주일에 최소 한 번은 대화하고 밥을 먹는 시간을 가지고 싶기에 나는 일요일 아침에 당신들을 귀찮게 한다.
아침을 꼭 맛있는 것으로 같이 먹고, 집에서 차로 5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지하철역까지 굳이 태워달라고 하며 당신들과 조금이라도 더 붙어 있고 시답잖은 대화를 하거나 잔소리를 들을지언정 함께 붙어있으며 같은 공간을 잠시라도 공유하는 것, 내겐 너무나 소중하다. 물론 주중에도 자주 연락하지만 같은 집에서 살 때 처럼 매일 보는 것이 당연한 일상인 때로 돌아가긴 너무나 어렵기에, 노력하지 않으면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을 것만 같기에 기회가 있다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낮은 가능성이라도 일단 잡고 본다. 이것이 내가 당신들께 사랑을 구하고 표하는 방법이 아닐까.
내가 이러는 이유가 뭐겠는가, 당신들이 먼저 내게 그런 사랑으로 나를 키우지 않으셨던가. 대구나 부산, 천안, 대전 등지에 출장을 갈지라도 반드시 늦은 밤에 어떻게든 집에 돌아와서 아들의 얼굴을 보고 밥을 같이 먹거나 늦으면 자는 모습이라도 보고 다시 출근하던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직장생활과 사업을 하며 지금까지도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어머니. 내가 요즘에서야 느끼는 당신들의 가장 큰 특별함은 바로 한결같은 가정을 향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기에 더 함께 있고 싶기도 하지만,
존경하기에 더 함께 있고 싶기도 하다.
물론 맛있고 비싼 것을 공짜로 먹고 싶기에 더 함께 있고 싶기도 하고,
좋은 것을 사고 싶기에 더 함께 있고 싶기도 하고.
생활에 여유가 꽤나 있을 정도로 돈을 많이 벌기에 존경하고 부러운 면도 있지만, 내겐 참으로 부족한 강인함과 꾸준함, 그리고 큰 사랑이 당신들께는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때로는 당신들과 나 사이의 '초격차'를 느끼기도 한다. 나, 당신들처럼 좋은 부모, 좋은 아버지, 좋은 남편, 좋은 무언가가 될 수 있을까. 때로는 막연한 두려움이 다가오기도 하지만 내가 박살날지라도 한 번 강하게 맞붙고 싶다. 그러면 더 성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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