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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부 교사, 왜 할까 싶을 땐 은혜를 기억하자.

잡다한 일상, 잡다한 생각

by Justin Yoon 2023. 4. 2.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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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훈련 참석. 화욜에 야근을 해서 원래 속한 반에서 강의를 듣지 못하고, 신촌점에서 강의를 들었다, 오늘 저녁에. 은혜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는 요즘. 자네들이 왜 자꾸만 생각날까.


재적 500명 돌파, 청년은 한 300명 된다던가. 유일한 한 자리수 부서, 7명의 아이들과 4명의 교사, 1명의 목회자. 바로 우리 - 청소년부.

매 주 토요일 저녁이 되면 나는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있다. 초반엔 습관적으로 토요일 밤 9시 5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교사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생활이 4년이 넘었기에 습관적으로 토요일 밤이 되면 최소 한 번 이상은 고민한다.

그 주제는 바로 "내가 교사를 해도 되는 것일까", "성경에 대해 잘 모르고 가르칠만하거나 배울 점이 딱히 없는 나라는 사람에게서 너희들이 뭘 배울 수 있을까", "교사란 무엇이고, 좋은 교사란 어떤 사람인가" 등에 대한 생각을 하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 내 자격에 대해서 스스로 묻고 답하는 것이 아닐까. 의식적으로, 그리고 습관적으로 은혜가 무엇인가 찾으려 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해되지 않는 은혜를 베푸시는 분을 진정 만나본 적이 있는가.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시는 것에 대해서 분노하는 여러 지점이 있다, 마치 요나가 회개하는 니느웨를 용서하신 하나님께 대해서 극대노를 쏟아냈던 것처럼. 나 또한 도저히 용서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는지, 요나 이야기도, 그리고 오후 5시에 출근해서 6시에 품삯을 받아가는 품꾼의 이야기도 모두 불편한 동시에 공감이 되었으니깐.

여기서 왜 나는 내가 은혜의 기준과 범위를 세우는 것이고, 마치 아침 9시 전에 와서 기다린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는가. 내가 그 니느웨 백성과, 5시 59분에 들어와서 오자마자 품삯을 먹튀하는 사람과 같다는 것은 왜 공감하지 못하는가.

어쩌면 자네들을 대할 때 난 그런 은혜에 대해 감사보단 분노하는 교사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어떤 부분에서 참 괜찮은데, 어떤 부분에서는 아무리 청소년이라 해도 상식을 벗어난 어떤 언행에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으니깐. 여기서 왜 나는 항상 분노하는 입장에만 서려고 하는가.

그다지 사랑스럽지 않은 자네들을 사랑하기로 약속했고,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기로 약속하신 것에 근거했기에 가능한 약속이었지만 여기서 나는 그리스도의 역할 만을 닮으려 할 뿐, 왜 자네들을 대할 땐 나는 뭐라도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보이려 하는 것인가 싶었다.

자네들에게 예배와 회개, 그리고 함께를 강조하곤 하지만 마치 나는 이미 득도한 사람처럼 모순적으로 생각하는 이 내면에 대해서 자네들이 알 턱이 있겠는가. 정말 부끄럽지만, 난 자네들보다도 훨씬 교만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네.

이런 내 본모습을 안다면 자네들의 반응이 어떠할까 싶지만 최근 1~2년 간 내가 시도하는 것 중에 하나는, 나의 약하고 죄된 모습까지도 때로는 솔직하게 나눔하며 자네들 뿐만 아니라 나 또한 용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죄인임을 고백하며 '너희들은'이 아닌 '우리는'이라고 말하며 부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나님의 이해되지 않는 은혜와 사랑이 있다. 적지 않고, 어떤 때에는 많기까지 하다. 그 분노를 일으킬 정도의 '과분한' 은혜와 사랑, 나와 자네들은 진정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들이 누군가가 보기엔 그런 과분한 은혜와 사랑을 받고 그리스도 안에서 용납받은 자들임을 기억하는가. 기억하기를. 은혜의 '모순', '불공평함', 우리 함께 경험해보는 것 어떻겠는가. 그렇기에 자네들과 함께 하는 주일은 언제나 걱정과 기대가 공존하곤 한다.

껍데기는 약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알맹이는 한없이 약한 사람임을 기억해주길.

그렇기에 이번 한 주도, 오늘도 잘부탁하네. 그께나.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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