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해서 걱정하는 것은 할 수 있어도,
누군가의 걱정을 받는 것이 참 어려운 사람. 내가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어제, 주일 저녁에 우리는 또래모임의 시간을 또 가졌다. 이번 2월 또래모임의 테마는 기도회였다. 순서는 밥-라디오-광고-안내-기도회 순이었는데, 라디오가 뭐냐면 구글설문지를 만들어서 익명으로 잡다한 이야기를 받는다. 누군가는 재미를 위한 드립을 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을, 또 누군가는 힘든 일이나 기도 요청을 하기도 한다. 나와 한 친구는 이 라디오 코너의 관리자를 맡으면서 또래모임 때 식사 후 지난 한 달 간 들어온 사연을 취합해서 참석한 친구들에게 대신 읽어주곤 한다. 그리고 그날 또래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서 추후 캡처해서 모두에게 공유한다.
그 라디오 사연을 관리하다 보면 참 다양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또래장이기도 하고 여러 친구들과의 개인적인 관계도 계속해서 지속하고 새롭게 뭘 하다 보니 나에 대한 이야기도 적잖게 들려오곤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어제 읽었던 사연 중에서 참 고마운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나를 향한 사연이었고, 그 내용을 간단히 말하면 요즘 힘든 일 있는가, 내게 말해주라, 또래장 하는 것 어떻냐, 많이 피곤해보였다는 이야기였다.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지난 주 주일, 2월 12일은 이전에 글을 올렸던 것처럼 한 살 형누나들인 96년생들과 우리 97년생들이 마니또 대회를 열게 되면서 첫 대모임을 가지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마니또 대회에서 진행자로 있으면서 기획팀, 레크팀과 이것저것 여러 시스템을 같이 고안하기도 했다. 총 36명이 참여한 마니또 대회, 이것저것 생각을 하며 빈 틈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진 야근(?)을 하며 새벽 4시까지 교회 일을 하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운동 좀 하고 씻고 주일 하루를 보냈다.
2/12 저녁, 무려 40여명이 참석한 그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이러저러한 순서를 안내하고, 활동적인 레크도 참여하다보니 순간 기가 확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확실히 빠졌던 것 같다. 의외로 적잖게 내성적인 이 사람은 사람이 많은 것이 좋긴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뭔가를 해야 할 때 피곤함을 느끼는 속도가 매우 빠른 것 같다. 거기에 잠까지 제대로 못 잤으니, 그 모습을 보며 걱정해주던 친구들이 꽤 있었다. 이 얼마나 고마운가.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는 몇몇 친구들이나, 또는 이렇게 익명으로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주는 것 모두 고마웠다. 누군가의 걱정을 받는 것이 참 어려운 사람, 나의 약함을 인정하고 싶지도, 보이고 싶지도 않은 이 사람이지만, 요즘은 그런 섬세함이 난 왜 그리도 고맙고 귀한지. 내가 딱히 뭘 한 것도 없고, 그냥 내 역할과 위치에 맞게 나름의 노력과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했을 뿐인데 사람들의 짧은 몇 마디에서 때로는 장문의 카톡을 받을 때, 참 다양한 생각이 든다. 나 같은 사람이 그런 표현을 받거나 들어도 되는 걸까, 또는 어떤 분야에서 일 잘하고 책임감 좋은 멋진 사람으로만 기억되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한 걸까.
사랑의 빚을 또 졌다. 그리고, 지난 순간에도 나는 여러 사람들 통해 받았던 은혜가 무엇인지 지나고 나서야 돌아보게 된다. 감사했다.
#일상 #생각 #일기 #감사 #친구
#1997 #마니또 #또래모임 #사랑의빚 #채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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