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야근은 왜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가 되어가는가. 그리고, 기술자로서 어떻게 섬기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한 교량의 도로 포장공을 맡고 있는 지난 주와 이번 주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이것을 얼만큼 깔아야 도로 이용자들에게 안정적인 구조를 제시하며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동시에 한 회사에 소속된 작은 기술자로서 어떻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한다.
토목에는 다양한 사업 분야가 있다.도로, 교량, 공항, 항만 등 어린 친구들도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사업들을 담당한다. 건축에 비해 총 공사비가 적게는 수십배에서 크게는 몇천, 몇만배까지도 간다. 0이 하나에서 4, 5개 까지도 뒤에 더 붙는다.
내가 경험해보며 생각하기에 도로를 설계하고 시공하는 것은 '국가의 서무적인 일'인 것 같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도로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그러나 너무나 당연하게 존재해야만 하는 구조물 중 하나가 아닐까. 있으면 편하지만 존재의 가치를 잘 느끼지 못하는, 그러나 없으면 그 불편함이 상당하다는 것. 고속도로를 달릴 때와 산골짜기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의 차이는 굳이 어떤 물리적 원리를 들어 설명하지 않아도 감각적으로 알지 않던가.
그런 '당연함'을 위해 나를 비롯한 도로와 교량을 설계 및 시공을 하는 기술자들은, 그리고 그런 기술자들을 고용한 기업들은 밤낮으로 어떻게 좋은 도로를 지어서 이용자들에게 쾌적한 서비스와 빠른 기동성을 제공할지 고민한다.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토목이라는 학문을 공부하면서, 그리고 이쪽 업계에 일하면서 발견한 토목이라는 사업의 본질이자 이런 기술을 통해 세상을 섬기시는, 심지어는 믿지 않는 자들에게까지 미치는 하나님의 영향력; 일과 은혜와 사랑이 아닐까.
도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대교도 마찬가지고, 공항과 항만, 어떤 건축물과 구조물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뒤에서 고민하고 고생하며, 시간과 피와 땀, 적잖은 비용과 심지어는 가족까지도 희생해가며 열심히 일을 할 때 여러 측면에서 좋다고 평가받는, 사람을 돕는 사업의 끝이 난다. 여러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기술은 발달하고, 그 기술이 발달하기 위해 몇몇 사람들은 희생하고, 그 몇몇이라는 밀알을 통해 모두를 위한 좋은 열매가 생기기도 한다. 여기서 그리스도가 보이지 않을 수 있는가. 단 한 분의 십자가가 모든 죄인들을 구원했다는 사실을 잊어서 되겠는가.
이것이 내가 이 일을 매력적으로 느끼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유다. 최소한 오늘까지는, 난 이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다. 내가 내 자신과 가족과 친구들과 교회 사람들과 안팎의 소중한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다면 내가 이 일을 대충대충 설렁설렁 하고 넘어갈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는 것이 기술자의 일상 아닐까. 일과 신앙, 오늘 나는 경계선 없는 하루를 살아내었는가. 기술을 통한 묵상을 하며 발견한 것 중 하나는, 기술은 하나님께 대적하는 것이 아닌 기술마저도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는 사실. 토목은 위대한 기술이자 사업이지만, 그것마저도 세상의 일부 중 일부로 두신 만드신 분은 더더욱 위대하신 분이심을 기억하기를.
오늘 하루를 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았는가. 그러했기를, 그리고 내일도 그러하기를.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내일은 그러하기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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