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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또 봅시다.

잡다한 일상, 잡다한 생각

by Justin Yoon 2023. 3. 24.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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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가시게, DGC.


한 두 달 알고 지냈나,
외국으로 취업이 확정되어서 잠시 몇 달 간 서울에 하며 지내는 동안 그대는 우리 교회에 와서 새가족으로 있다가 이제 잠시 떠나게 되었구만. 잠시가 될 지, 평생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서 무얼 하든 응원하겠다.

부모님을 따라 교회를 다녔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는 다니지 않았던 그대, 가는 그곳에서는 부디 좋으신 하나님을, 좋으신 그리스도를 잘 만나서 좋은 공동체 안에서 좋은 일상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고, 나의 기도 제목이 되겠구만.

떠나기 전, 고향 친구와 나와 함께 셋이서 밥이라도 먹자고 불러줘서 정말로, 정말로 고마웠다. 내가 뭘 그리 잘해줬는지, 내가 뭘 그리 잘챙겨줬는지 난 전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를 기억해주고 찾아줌에, 인사를 해줌에 얼마나 고마웠는지. 밥은 내가 샀어야 했는데, 7만원.....아직은 내게 한 끼 식사비로 그정도는 조금 빡센 금액이라 미안하구려ㅠ 다음에 오면 꼭 맛있는 것 사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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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울이라고 하는 곳은 청년들의 유입도 많지만 동시에 유출도 많다. 누군가는 취업에 성공해서 오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꿈을 펼치기 위해 서울에 올라오기도 하지만 아쉽게도 모두가 성공하진 못한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서울에 정착해야만 하고, 떠나야 하고, 정착하고 싶어하고, 떠나고 싶어한다. 참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곳, 바로 서울이 아니던가.

그런 서울에 있는 청년이 많은 교회에 이런 이방인과 같은 친구가 올 때 이 교회는 쉼터를 제공했을까. 이 친구의 이야기만 보면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곧 떠날 사람이라는 프레임은 어쩌면 누군가들에 이 친구를 가까이 하지 않아도 될 명분이나 핑곗거리를 제공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직접 듣기도, 그런 분위기를 느끼기도 했다니. 만약 그냥 순수하게 "친구 통해서 왔어요"라고 말했다면, 그리고 갑작스레 헤어짐을 통보했다면 그대는 나 외에 다른 친구를 단 한 명이라도 더 사귈 수 있지 않았을까. 어째서 두 달 동안 겨우 한 명 밖에 사귀지 못했단 말닐까. 왜 내가, 우리가 대신 미안한 것인가.

떠날 사람인 것은 사실이었고, 떠났다. 그렇지만 언제 돌아오거나 어디로 갈 지 모르는 것도 마냥 부정할 수는 없다. 현재 남아있는 사람들도 언제든 이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만약 이 친구의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에게 그렇게 대하는 것이 적잖이 힘들지 않았을까. 불특정 다수를 향한 비난이나 정죄보다도, 오늘도 이 친구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들으며 난 오늘도 생각할 것과 배울 점을 발견했던 것 같기도.

역지사지를 제대로 배워보는 하루였다. 어쨌거나 잘 가고, 돌아오면 또 보세. 또는 그곳에서 보세.

-p.s. YJK, 스벅 사줘서 정말 고마웠네 :)

#일상 #생각 #일기
#친구 #안녕 #교회 #서울
#스벅 #커피 #SB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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