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부 교사로 벌써 4년, 삶의 평생을 섬김을 받거나 섬김을 당하는(?) 인생이었던 나로선 나같은 사람이 교사를 하는 것이 맞는건가 싶었고, 주일을 앞두고 나는 금요일, 토요일 밤마다 스스로 자격을 묻는다. 난 여전히 누군가를 섬길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그리고 설령 누군가를 사랑해보고 섬기고 싶다 해도 그 기준도 높다. 그런데 요즘 그 기준은 왜 자꾸만 낮아져 가는가.
사실 적지 않은 기간동안 너희들은 내게 기쁨이기보단 하나의 일에 불과했던 적이 참 많았다. 축구를 함께 하면서 내가 너희들을 교회로 데리고 왔으니 적응할 때까지는 옆에 있어줘야 하니깐, 그것이 의리고 자네들에게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그리고 어쩌면 동시에 최대한의 예의니깐. 그렇게 나는 교사라는 것을 시작하지 않았는가 싶다.
처음엔 임시로 시작했으니 해가 바뀌면 나는 조용히 떠날 생각이었다. 어쩌다 가끔 밥을 먹고 축구나 같이 하며 '적당한'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보이신 사랑을 매 주 듣고 나누며 묵상하고 고민할 때, 그분은 그저 우리에게 '적당한' 사랑을 보이지 않으셨음을 조금씩 알게 된다.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너희들의 지난 한 주가 어땠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움이 되고 싶고, 나 또한 자네들에게 배울 점이 있거나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배우고 부탁하고 싶다.
이건 분명 내 모습이 아닌데, 수직관계가 확실하고 불편하고 답답하게 보이는 것도 참 많은 어딘가 꼬인 꼰대같은 모습이 나의 모습인데, 나는 왜 다른 청년들에게 너희들을 소개할 때 '친구'라고 말하는걸까.
내게서 이유를 찾는다면 답은 찾지 못할 것이다, 나는 언제나 높아지고 싶은 사람이니깐. 그렇지만 그리스도의 낮아지심이, 그분이 우리의 맏형이 되시고 동시에 우리의 친구가 되심이 그럴 수 없었던 철옹성과도 같은 고집쟁이인 나를 무너뜨릴 유일한 근거가 아니었을까.
매 주 함께 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대학이라는 것을 졸업했고, 다른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도,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도 모두 원했든 원치 않았든 거의 모든 시기를 함께 보내고 있다. 그리고 지난 목요일, 학교 포털에 가서 졸업 결과를 확인했을 때 나는 졸업 승인을 받았고, 그것을 어찌 알았는지 동역하는 다른 선생님들과 너희들은 나에게 선물을 안겨다 주었다.
꽃다발과 케이크, 거기에 포스트잇에 급하게 쓴 것처럼 보이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3줄 내외의 편지와 지난 목요일 회심집회 때 나에게 선물로 주겠다며 직접 만들어준 무드등, 어쩌면 내게 과분한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나도 모르게 내게 선물이 되어버린 그대들(=청소년부의 모두)은 내가 당장 필요하지 않은, 어쩌면 그다지 삶에 쓸모 없는 것을 준다고 할지라도 그대들의 시간과 노력, 물질이 들어간 것이라면 언제나 기쁘게 받고 최대한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대들과 가능한 오랫동안 함께 지내보며 일상의 희노애락을, 또는 서로 부대끼는 시간도 보내며 서로를 향한 희노애락을 주고 받으며 그대들이 주는 어떤 것을 누리는 것이 아닌 그대들을 누리고 싶다, 선물로 받은 그대들을. 그냥 뭐... 지금 당신들을 향한 내 생각과 마음은 그러하다. 말로 표현을 정말 잘 못하겠어서 글로 사알짝 고백해본다.
선물로 그대들을 주신 하나님께 정말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 내 삶의 복으로 찾아와준 불완전한 그대들이, 그러나 그런 불완전한 나와 그대들을 위해 완전하시나 자신을 내어주심으로 우리를 의롭다 칭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생각해보며 오늘이라는 하루를 마치고 이번 한 주를 살아가보길.
아마 대부분의 당신들은 이 글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 용기내서 해볼 수 있는 말은...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보다 당신들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 아닐까. 뭐, 그러하다.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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