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내 친가쪽 친척들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꽤나 거대한 자본가들이다. 우리집도, 내 부모님도 어디 가서 쉽게 무시당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의 친척들은 비교도 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하다. 사촌형누나들의 행보를 보면 대학을 영미권 또는 서방권에서 나왔으며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지내기도,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서 20대 중후반부터 큰 부를 쥔 상태로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에 있다. 나와는 전혀 다른 행보다.
세계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이라는 우물' 안에서는 조금이라도 뭐가 있는 이 집안 사람들 조차도 가진 것들을 물려주려고 엄청난 노력과 고민을 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데 재벌, 준재벌 집안들의 자제들은 오죽할까 싶기도 하다. 몇몇 기업가들과 정치인들의 자제분들을 만났을 때에도 그들의 인생 계획에 '쉼' 따위란 사치며, 잠은 죽어서 자는 것이라고 배웠기에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을 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생각들이다.
경악스럽지 않은가, 그렇게 해야 '이 세상'에서 밀리지 않는단다. 이미 젊은 나이에 수십, 수백억을 쥔 상태에서 뭐가 더 필요할까 싶었지만 그렇지 않은 해봐야 얼마 쥐지도 못한, '겨우' 자산 몇 개가 간당간당한 수준인 나로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고 예측과 판단조차 할 수 없는 것이 그들이 사는 세계가 아닐까 싶다.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는 내가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들의 세계에 가끔 들어가 보면 나는 한없이 가난하고 초라한 사람에 불과하다.
여기서 내가 느낀 것은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고 끝내는 자신의 영향력이 닿는 모든 것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또는 그런 통제자가 되고 싶은, 신이 되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은 것, 나만 그런 것인가.
친척들은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가며 이미 어느 영역에서 '큰 사람'이 되고 있지만 '보잘 것 없는' 한국의 4년제 국립대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토목기사와 토익 850이라는 '초라한 스펙'을 준비하며 지금도 신촌에서 아둥바둥하는 나를 보는 같은 '윤씨네 피가 흐르는 엘리트들'의 시선은 늘 좋을 수가 없다. 할아버지가 제안하신 증여를 거절한 것도, 아버지의 그 어떤 증여도 원하지 않는 나의 지난 날의 행보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으며, 때로는 걱정하기까지도 한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데, 내가 직접 하나하나 차근차근 이뤄가는 이 과정이 너무나 소중한데 말이다.
내가 아직 어리니깐 시간을 너무 허투루 쓰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너가 속한 세상'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지금 당장 내가 속한 세상이 어디란 말인가, 한국의 어느 취준생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게 토익공부하고 몇몇 자격증을 준비해서 직장인의 삶을 시작하면서 이후 계획을 세워가고 이뤄가는 것이 내가 속한 세상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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