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교회에서 보여줬던 어르신 봉사 모인 홍보 영상이 불편했던 이유.

잡다한 일상, 잡다한 생각

by Justin Yoon 2022. 9. 4. 23:43

본문

728x90
반응형
SMALL

주일 오전 예배의 마지막 순서는 광고다. 그 광고 시간에 월 1회 주기적으로 하는 소모임 관련 홍보 영상을 보았다.


무엇이 불편해서 나는 그 광고를 차마 다 볼 수 없었을까. 우선 부정적이고 삐딱한 시선보다는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상황과 환경, 경험이 문득 떠올라서 편하고 좋게만 볼 수 없었다는 것을 뒷배경으로 한다.

그 모임은 월 1회 두 번째 토요일, 서울 내 다양한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한 사회복지 관련한 봉사를 하는데, 홍보영상 중 어떤 이름과 얼굴 모두 모를 할머니의 댁을 방문해서 필요한 것이 있는지 체크하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인상깊었다.

당연히 영상 속의 그 할머니는 다른 사람들, 특히 손주나 조카 정도 되는 외부인들이 와서 방충망도 점검해주고, 선풍기도 설치해주고, 스마트폰 사용법도 알려주는 것 등이 많이 고마우셨는갑다. 그 할머니는 그 도움을 받으셨을 때 많이 고맙고 행복하지 않으셨을까. 모르겠지만 만약 나라면 감사했을 것 같다.
.
.
.
친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올해로 90세가 되신, 그리고 내 어린 시절을 부모님 다음으로 많이 함께하며 나의 성장을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되신, 아직 미혼인 내가 현재 시점에서 부모님 다음으로 세상에서 3번째로 사랑하는.

거동이 많이 불편하신 내 할머니 또한 여러 종류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웬만한 필요는 거의 채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할머니 댁에는 우리집에서 고용해서 상주하기도 하고 출퇴근을 하기도 하는 간병인과 가정부, 주치의가 있으며, 수시로 우리 부모님과 내게 상황이 보고되곤 했다, 최근까지도. 그러나 결국 당신은 당신의 아들과 며느리가 조금이라도 더 아껴서 내게 나중에 도움을 주길 원하셔서 스스로 요양원에 가겠다는 선택을 하셨다.

이 결정을 들었을 때 정말이지 마음이 파쇄기에 들어가는 종이처럼 갈가리 찢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살아가는 것보단 죽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당신은,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더 얼마 남지 않은 당신의 현재를 '또', 그리고 기꺼이 내려놓고 계셨다는 것이 내가 인생을 결코 대충 살 수 없게 만드는 여러 이유 중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일 주일에 한 번 이상은 뵀었지만, 요즘은 몇 주에 한 번 꼴이 되어버렸다.

건설현장직의 토목기사로 근무하기 시작한 나, 지방에서 일을 하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는 요즘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참 따라주지 않는 요즘이 아닐까. 격주로 토요일 근무가 있어서 토요일이 너무나 귀해졌고, '아무'에게나 시간을 쓸 수 없어서 신중하게 시간 분배를 해야하는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부모님과의 시간, 소중한 또 다른 누군가들과의 시간은 어떻게든 지켜내고 마련하려고 하지만 정작 당신을 찾아뵈러 가는 시간은 왜 없었는가. 한 달이나 되었고, 은혜를 모르는 이 손자는 명절이 가까워지면서 뒤늦게서야 당신을 생각해본다.

광고시간에 모임 홍보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영상 속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는 것이 마치 내 친할머니를 보는 것 같아서 차마 끝까지 다 볼 수 없었다.

취업하고나서 처음 맞이하는 이번 명절, 더더욱 기대가 된다. 만약 연애를 다시 시작하거나 결혼할 상대가 확정이 되었을 때의 명절은 또 어떨까.

당연함과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사람의 가치를 잊지 않기를.

#일상 #생각 #교회 #광고 #친할머니 #자아성찰 #아낌없이주는나무 #거름 #희생 #사랑 #가족

반응형
LIST

'잡다한 일상, 잡다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 맙 다.  (0) 2022.09.05
보고, 또 봐도.  (0) 2022.09.04
안정감.  (0) 2022.09.04
병아리 토목기사의 벌써 한 달.  (1) 2022.09.01
빙 수.  (1) 2022.09.01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