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누군가는 설렘으로, 누군가는 우울에 빠지기도 하는 양면성을 가진 민족대명절이 아니던가.
누군가는 결혼이나 취업, 사업의 성장 등의 경사스러운 소식을 전하러 가족과 친지들을 만날 수도, 또는 만나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누구를 만나야 할지 고민을 할 수도,
누군가는 여러 실패와 슬픔 등을 안고 불편하게 가족과 친지들을 만날 수도, 또는 그럴 사람조차 없어서 이런 때에 더욱 외로워질 수도,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1년에 두 번 있는 대명절 중 한 번, 휴가 기간이 왔구나 싶은 별 감흥 없는 상태로 이 시기를 보낼 수도 있겠다. 뭐가 되었든 휴일은 휴일, 말로 다 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과 환경 가운데서 모두는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친할머니를 뵙고 왔다, 요양원에 계신. 최근에 밥을 잘 드셔서 표정도 좋으시고 체력도 좋아지셨다. 휠체어에 10분만 앉아도 힘들다고 눕고 싶다고 하셨던 분이 오늘 우리 가족이 면회를 갔을 때 무려 30분이나 앉아서 유리문 틈 사이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에겐 앉아서 대화하는 30분이 턱없이 모자라고 짧은 시간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어르신들, 몸이 조금 아픈 사람들에게 30분간 앉아있는 것은 그 어떤 노동만큼 힘들 수도 있겠더라는 것.
1933년, 올해로 90세. 그리고 그중 25년을 넘게 손자를 위해 살아오셨고, 지금도 살아가시는 당신을 보면서, 내가 눈 앞에 있든 없든 나에게 많은 집중을 하시는 당신을 보면서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 왜 나는 눈물을 흘려야 할 때 흘릴 수 없는 사람인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는 정말 강한 이미지를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81cm에 84kg, 운동선수 출신에 아주 많이 이성적인 성격, 많이 계획적인 극 TJ이고 멘탈도 잘 흔들리지 않고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우직한 사람, 사람들이 나를 볼 땐 이런 이미지를 많이 떠올린다. 그리고 나 또한 사람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렇지만 마음이 가는 극소수 가족들과 몇몇 사람들에겐 나의 약한 모습을 그대로 보이고 싶을 때도 참 많다. 특히나 감정의 표현, 분명 슬프다곤 하지만 슬픈 그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슬픈지, 어떤 면에서 약해지려고 하는지 조차 분석하고 상황을 사고하고 판단하려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 참 징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명절이 가족을 만나고 불편할지라도 안부를 주고 받는, 잔소리도 듣는 그런 북적북적한 명절이 아닌 그저 단순히 휴일일 뿐이며 밥 한 끼만 같이 하고 일어나는 그런 자리로 '변질'되고 있지는 않은지, 나 또한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처갓집에 갈 때 마음을 전하는 것이 아닌 그저 용돈만 전하고 살아있다는 생존신고만 전하는 사람으로 변하진 않을까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어색했던 이 명절이 앞으로도 어색했으면 좋겠다. 기본을 지키며, 본질을 흐리지 않는 내가 되었으면.
다양한 생각이 들고,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구나.
#일상 #생각 #감정 #명절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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