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근에 발견한 나의 모습 하나를 폭로해볼까. 내가 디저트 다음으로 돈을 많이 쓰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편지지나 기프트카드였다. 놀랍지 않은가. 말랑말랑하지 않은가.
편지지를 많이 사도 주변에 많이 주진 않고 못했는데, 그 이유는 쓰고 싶은 내용이 정말 많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편지에 담아보곤 하지만 이내 부끄러움이 나를 압도해 버려서 그저 편지를 주먹으로 꽈악 쥐면서 구겨서 버린 적도 참 많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미안한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모두 어려운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나는 아직도 여러 은혜의 관계에서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것일까.
그렇기에 나는 편지라는 선물을 정말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선물을 선택해본다면 '당신의 시간'이라고 말하지만 언제나 매번 그럴 수는 없기에 당신의 시간과 생각, 그리고 마음이 녹아 있는 편지가 참 좋다. 내게 많은 편지를 써주지 않아도 괜찮고 뭐 딱히 상관은 없다. 물론 받고 싶은 사람과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받지 못한다고 해서 일상에 지장이 가거나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니 그냥 그런갑다 싶기도 하고, 평소엔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다만, 내가 주는 것을 좋아할 뿐. 그럼에도 자주 주려하지 않고 자주 주지 못하겠는 이유는 받는 이들이 조금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싶은 조심스러움이 너무나도 컸던 것이었겠지. 그래서 나는 편지지를 많이 사는 동시에 많이 버린다.
이번 주를 돌아본다. 2022년의 마지막 주, 한 주 간 받은 편지는 5개였다.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을 가나다 순으로 정렬해보자면 MY, MJ, SJ, SY, YJ가 있겠다. 공교롭게도 전부 교회 사람들인 동시에 올해까지 같은 부서에 남아 있었단 사람들이다. 편지를 받은 날 집에 와서 읽고, 자기 전에 한 번 더 읽고, 다음 날 아침에 한 번 더 읽는 등의 여러 번의 편지를 읽으며 당신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복습해본다. 나, 생각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었구나. 카톡으로 길게 보내준 사람들도 있었다. 고오맙따.
당신들과의 올 한 해를 돌아보면 난 이번 2022년에도 참으로 많은 용납과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성격이 어떻고 저떻고를 떠나서, 상황이 이렇고 저렇고를 떠나서 내가 옆에서 보며 많이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은 내게 참으로 축복이었다. 올해 내게 많은 도움이 되어준 것처럼 2023년에도 많은 신세를 져볼까 함. 사랑의 빚도 좀 더 많이 지려고 함.
무언가를 성취하고 쟁취하는 것만이 선물이 아닌 그 과정마저도 선물임을, 즐거움과 고통스러움 마저도 선물임을 기억하며 인생은 은혜와 사랑의 연속임을 또한 기억하는 2023년이 되기를, 그리고 20대 후반의 한 청년이 되기를.
청년의 때에 창조주를 기억하자,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하는 해들이 가깝기 전에.
수 고 링 !
#일상 #생각 #감사 #편지 #선물 #추억 #친구 #교회 #은혜 #사랑
너, 만약 내 글을 읽는다면 꼭 봐. (1) | 2023.01.01 |
---|---|
새 해, 그리고 2023. (0) | 2023.01.01 |
울지마, 그런데 울어도 돼. (1) | 2022.12.30 |
'우리'가 된 걸 환영해, 그리고 감사해. (1) | 2022.12.30 |
선물들이여, 이 글을 보시오! (0) | 2022.12.29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