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번 달도 당신 밑에서 일하고 싶을 뿐.

이게 아닌데, 내 맘은 이게 아닌데.

급박하게 도로공사로부터 내려온 일을 빠르게 처리했어야 했던 상황,
그러나 출장을 나갔기에 전화로밖에 소통을 할 수 없었던 상황.

이미 여러번 해본 작업이었기에 난 자신있게 몇 분이면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일을 처리하려는데, 계획에 없던 오류로 인해 그 오류를 해결하려다가 오전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고, 너무 피곤해서 한숨 자고 일어나서 전화를 받았을 때는 이미 재앙은 일어난 후.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보고를 했으면 되었으며,
또는 옆에 계신 또다른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면 단 30분 만에 해결했을 일, 나는 4시간이나 질질 끌며 일처리를 한 사람으로 보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다음부턴 반드시 그때그때 보고를 하고, 모르겠으면 질문을 하며, 너무 많은 시간이 아닌 적당한 시간만 고민하고 시도해보며 조금 더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일처리를 잘 하는 사람이 되길. 미안함을 진정으로 느꼈다면, 그리고 그 상황을 설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버버했던 내 스스로가 답답했다면 다음엔 부디 실력을 키우고 조금 더 용기를 내는 사람이 되길. 회사는 30분 짜리 일을 3시간에 걸쳐서 열심히 해서 해결하는 사람보다 10분만에 해결하고 20분동안 뺀질뺀질대는 사람을 더 원한다는 것 또한 기억하며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일과 신앙을 붙잡는 그리스도인 기술자가 되기를.

일부러 일을 게을리 처리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옆에서 본 것이 아닌 적지 않은 시간과 기회를 받았고, 그리고 성과도, 진전도 전혀 없었을 때 나의 지난 시간과 노력은 '결론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것이 되어버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것이 사회생활이구나, 그리고 내가 그동안 사람들을 이렇게 판단했을 때 마음이 어렵거나 힘들었을 사람들도 적지 않았겠구나.

그럼에도 끝마무리는 수고했다며,
고생했으니 푹 쉬고 다음 주에 보자며,
다음엔 좀 더 집중하고 주의해서 일 좀 하라며 감정대로 나를 대하는 것이 아닌 이성적으로 잘못한 부분만 짚어주는 채찍과 응원과 격려의 당근을 주는 상사가 있기에 나는 당장 때려치지 않고 이번 달도 당신의 밑에서 일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을 뿐.

"하기 싫으면 하지 마", "너같은  애랑 일을 못하겠다" 등과 같은 말이 아닌, "다음엔 이러지 마라", "계속해서 앞으로도 이런 실수가 반복되면 안된다"는 식의 말로 끝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다음을 동시에 기약하는 문장에서 나는 오늘도 감사할 것을 발견한다.

공감이라는 것을 배웠고,
미안함이라는 것을 배운 하루였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또 배웠고,
리더의 품격에 대해서 배웠고,
감사함이라는 것을 배운 하루였다.

다음 주에는 이번 주의 실수를 하지 말자.
그렇게 성장하자,
그렇게 더 유연해지자, 그리고
그렇게 더 단단해지자.

오늘 하루도 참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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