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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최악의 하루라 해도 되겠는데, 분명 최고의 하루이기도 했단 말이지.

잡다한 일상, 잡다한 생각

by Justin Yoon 2023. 8. 17.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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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운데 비까지 많이 와서 아ㅏㅏ주ㅜㅜ 그냥 날린 것만 같은 하루였다. 거기에 수요예배를 참석하러 가는 길, 택시가 도저히 안잡히길래 일단 급한대로 오토바이택시를 타고 교회로 갔다. 갈 때는 날씨가 별로 안더웠는데, 갑자기 사고와 공사로 길이 확 막히고, 안그래도 습기많은 날씨에 비까지 내렸다.


교회에 도착하기 전, 저 멀리 다리에서 교회 건물을 쳐다보며 잠깐이라도 우수에 좀 잠겨볼라했는데 갑자기 본당 불이 깜빡이면서 꺼지고나서 연기가 확 올라온다. 뭐지, 예배를 앞두고 고기를 구울 일은 없을텐데 싶으며 일단 가는 길 그대로 갔다.


선교사님이 현지인 성도들과 직접 지은 교회, 전기 연결 방식에서 적절히 직렬과 병렬을 배분해서 설계하고 설비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이렇게저렇게 지어서 그런가 최근 몇 년 전까지는 괜찮았다가 기술이 발달하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들이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현지인 성도들이 교회에서 전기를 충전해 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갑작스럽게 전기사용량이 폭증했고, 그 과부하로 두꺼비집이 드디어 한 번 터졌다, 무려 25년 만에.


불이 났고, 즉시 소화했지만 정전이 되어버렸고, 결국 불과 정전을 대피하러 나온 우리는 마침 비도 내리지 않길래 처음으로 각자의 스맕폰을 들어서 후레쉬를 켜서 찬양팀과 인도자를 비추며 그렇게 야외 예배를 드렸다.

이것도 참, 나오자마자 주변에서 들리기 시작한 이슬람의 무슨 아랍소리와 반대편에선 장례식이라 그런지 노래방기기를 빌려와 놓고(이건 문화임!) 큰 소리로 우렁차게 노래 가사를 읽는다(부른다 X). 거기에 스콜까지 내리며 삽시간에 우리는 거의 쫓겨난 자들인 '것처럼' 여러 방해물처럼 보이는 것들 가운데서 예배를 강행한다. 그중 몇몇은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대부분은 남았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무려' 우리가 예배를 드리겠다는데 어찌하여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런 고초와 수치를 당해야 하나 싶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선교하고 전도하신 그 삶 자체와 바울의 선교여행이 떠올랐다. 삶 자체가 고난 그 자체였고 끝은 십자가형을 받으신 주님과 배가 무려 3번이나 파선당한 폴의 이야기는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하나님이 그럼에도 선하시다는 것, 세상 모든 잡신들과 잡것들보다도 높은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계속해서 말씀하시는 당신은 도대체 어떤 분이신가. 그냥 그런 생각으로 수요예배에 참석했고, 좋은 추억들과, 애증들과 함께 반갑게 인사하며 잠깐의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이런 하루, 살고 싶었겠는가.

그와중에 난 현지인 성도들의 행보에 적잖게 놀랐다. 소낙비가 자주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sunny한 날씨를 예보받은 그들은 분명 많이들 빨래를 널어놨을 것인데 스콜이 쏟아져도 태연한 표정으로, 아니 더하여 열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복음이 무엇인가 탐구하고 뜨겁게 기도한다. Squattered Area(버려진 지역이라는 뜻)에 사는 이들은 자기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마음을 모아 구제에 힘을 쓴다.

(눈에 보이는)서울보다 더 좋은 것이, 내가 처한 상황과 환경 그 어느 것보다도 좋는 것이 하나 없는 이곳에서 난 또 도전을 받는다. 예배란 뭣이고 신자란 어떤 인생을 살아가는지 또 배워간다.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줄 때, 그저 평범한 월급노예로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말하는 그리스도인으로 다가가길.

보고싶었고, 벌써 보고싶구나.

더 많은 생각과 마음을 기록하기엔 지성의 한계와 글자수의 한계로 여기까지만. 오늘도 성장했던 JY의 하루였기를. Fin.


Sinasamba ka namin, kahit kami ay mahirap, mahina at nasa mahirap at matinding sitwasyon, Amen. We worship you, even though we are poor, weak and we are in the difficult and extreme situation,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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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veAll #BinabagoMoAkoArawAr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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