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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다녀온 이야기(2 of 2).

잡다한 일상, 잡다한 생각

by Justin Yoon 2023. 11. 2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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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미션스쿨이 있다면, 미션홈도 있다. 지극히 적은 교회와 교회학교의 재정으로, 그리고 한국인들의 후원을 받아 교회 옆 블록에 위치한 집을 사서 리모델링한 미션홈에는 형제 4명과 자매 7명의 총 11명이 일정 한 달 생활비를 내며 살고 있다.


이미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교회의 여러 중요한 일을 맡게 될 이 사람들, 그리고 나의 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나의 친구들. 여전히 하루 세 끼를 온전히 먹는 것이 특별한 일상인 이들에게, 내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이곳에 오면 꼭 밥을 한 번 사고 간다. 치킨이나 돼지고기 바베큐를 사고 옵션으로 'Unli-Rice(Unlimited Rice)'라는 밥 리필 무제한 서비스까지 추가하면 인당 7~8천원에 이들에게 좋은 식사를 한 끼 대접할 수 있다. 나는 배가 불러서 바베큐 꼬치 2개랑 밥 한 그릇을 먹었고, 친구들은 밥만 한 6~7번을 먹는다. 얼마나 배가 고팠길래. 천천히 드시라, 안뺏어먹는다. 여윽시 디저트는 그자리에서 먹어야 제 맛 아니겠는가? 필리핀의 전통 빙수(?)인 '할로할로(Halo-halo)'를 시켜서 함께 나눠먹었다.

●8. 내 교회와 교회 학교. 밤에 찍어서 형태가 잘 보이지 않지만, 삼각형 지붕이 교회, 그리고 오른쪽에 붙어있는 직육면체모양의 건물이 교회 학교다. 그냥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찰칵해봤다.


●9.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다리 꼬고 콜라 한 잔 하며 두 책을 읽었고, 이번 여행 내내 열심히 읽었더니 "표류하는 세계"라는 책은 10시간 만에 다 읽었다. 공항 내 SB가 아닌 라운지에서 책을 읽은 이유는 우선 자리가 없었고, 코카콜라처럼 페트병 형태의 용기가 아니면 SB의 모든 음료는 기내 반입이 금지되어서 그랬다. 졸려서 커피를 마시기에도 좀 그랬고.


●10. Justiny는 다시 한 번 구름을 뚫고 하늘을 날아서 서울로 돌아왔다.
Bumalik si Justiny sa Seoul galing sa Manila!


●Fin. 선교지에 오래 있었지만 2018년과 2019년 강릉국내선교를 간 것을 제외하곤 가본 적이 없다. 그저 어린 시절의 일부를 거기서 보냈고, 그저 이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즐거웠기에, 우리는 함께 생활했던 친구이기에 그곳은 선교지이기 전에 먼저 나의 소중한 추억과 어린 시절이 담긴, 그리고 처음으로 신앙이라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하게 된 여러 의미가 있는 고향이 아닐까. 그리고 선교팀을 환영하는 입장에서만 있었고, 현지 전도를 다닐 때 난 가이드를 하거나 짧은 통역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어쩌면 수많은 선교팀의 시점에서 나 또한 하나의 '현지 한국인'으로서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선교의 대상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 '오해' 덕분에 참 많이 얻어먹었다. 돌아보니 참 감사했다.


한때는 사람들이 너무나 그리워서 가고 싶었고, 그렇게 특정 몇몇을 만나기 위해 갔지만 이제는 사람보다는 이 동네와 이 도시, 그리고 이곳에서 드리던 예배가 그리워서 발걸음을 옮길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앞으로도 1년에 3~4번 방문하며 이곳의 근황과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이 지역이 복음화되는 모습을 FB에서 사진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실제 눈으로 보고, 발로 밟아가며 이 현장을 계속해서 돌아다니고, 코로 그분이 일하시는 향기를 맡고, 손으로 감촉을 느끼고 친구들과 악수를 하며 지내고 싶다. 서울에서도 교회 교사를 하고 있지만, 난 마닐라에서도 돌봐야 할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언젠간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짐을 싸서 서울을 떠나 마닐라로 돌아가기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고, 가족과 친구들을 포함한 더 소중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나중은 몰라도, 일단 지금은 안 된다.

역시나 돌아올 땐 좋은 생각을 포함한 다양한 생각이 교차하며 돌아왔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이곳, 가까워서 좋고, 편해서 좋고, 언어도 꽤나 통해서 좋고, 사람 사는 동네같아서, 정겨워서 좋고, 나의 가난함을 또 발견할 수 있어서, 그리고 나의 부유함을 또 발견할 수 있어서 기도제목과 감사를 인지하게 해줘서 좋다.

연말은 서울에서 보낼 예정이고, 2월이나 3월에 또 볼 수 있기를. 그렇다면 그때까지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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