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미숙하고 음도 잘 맞추지 못하는 찬양도 받으실까 싶지만, 그럼에도 하나님은 하나님이시라는 사실. 그분은 나와 다르게 '온유'하신 분이시라는 사실.
주일 오전, 온유에 대한 설교를 듣고, 내가 얼마나 많은 온유함 가운데서 자라왔고, 앞으로 어떻게 온유하신 분을 닮아갈 것인지 등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생각도 해보고 기도도 같이 해보고나서 2시, 청소년부 오후 예배 시간이 되었다.
놀랍게도 음악에 대해선 완전 문외한인 Justiny가 매 주 그곳에서 찬양 인도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도 해본 적도 없고, 마음에도 없었지만 어쩌다가 정신차려보니 벌써 3개월째 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사소한 실수가 반복되고 있지만, 어제는 상당히 부끄러운 실수를 했었다. 이미 모두에게 배부된 종이 악보, 그러나 두 번째 곡을 다른 곡 악보로 뽑아서 나눠줘버린 것이 아니겠는가. 갑자기 눈 앞이 하얘졌다. 오후예배 시간 만큼은 스마트 기기를 최대한 멀리 하기로 한 우리의 오후예배였지만 이번만큼은 비상사태(?)이니만큼 인터넷으로 악보를 찾아서 같이 찬양하자고 했다.
어느 누구도 뭐라 하진 않았지만 스스로 참 많이 부끄러웠고, 실수를 용납하기가 참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서둘러 악보를 찾아 찬양을 재개하고나서 몇 분을 보내는데 그 순간만큼은 한 두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는데, 다음부턴 더 철저하게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예배가 끝나고나서 들었던 생각, "그래도 괜찮다"가 아니었을까.
완전치 못한 예배, 완전치 못한 찬양, 완전치 못한 믿음과 생각과 마음, 완전치 못한 인도자와 회중, 그리고 설교자. 어느 것 하나 100%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완전하신 분께선 다행스럽게도 자비하시고 노하기를 더디하는 분이셔서, 우리를 진정으로 공감하셔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당신님께 나아갈 때 그분이 하신 완전한 예배와 찬양처럼 받아주신다는 사실. 이것을 기억하며 숨을 고르니 다시 평안이 찾아왔던 것 같다.
우당탕탕 주일을 보냈지만, 어제 하루는 참 인상깊었다. 나의 작지 않은 실수로 나의 약함을 봤지만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참 기댈 바 되신 강한 분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경험이고 순간이었나봄.
이런 미숙하고 음도 잘 맞추지 못하는 찬양도 받으실까 싶지만, 그럼에도 하나님은 하나님이시라는 사실. 그분은 나와 다르게 '온유'하신 분이시라는 사실.
#일상 #주일 #청소년부 #오후예배 #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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