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기억했으면 좋겠는 것은
답이 정해져있지만, 도시는 또한 거주하도록 우리를 인도하신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 도시는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구속하는 것, 성경은 도시의 긍정적인 역량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언제든, 그리고 어떻게든 실현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언제든 하나님께 죄를 짓는 '반역의 공간'이 될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이 서울과 마닐라에서 집 외에 내가 맘 놓고 쉴 수 있는 공간, '도심 속 오아시스'를 3개 고르자면 교회, 공원, 그리고 카페가 아닐까 싶다. 교회가 가장 매력적이고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끄적여볼까.
1. 카페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동시에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적당한 부담감을 가지고 하고싶은 일들에 임할 수 있다. 사람을 만날 수도, 내 개인적인 일을 하거나 그냥 말 그대로 머리를 식힐 수도 있겠지만, 여기엔 어디까지나 우리가 지불해야 할 재화가 존재한다. 그러나 맺고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관계의 한계가 명확하다. 향긋한 커피나 맛 좋은 음료, 맛있는 디저트와 식사 등을 즐길 수는 있겠지만 여러 문턱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
2. '대부분의 공원'은 금전적 비용을 지불할 필요는 없다, 유료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입장료가 있는 식물원같은 곳이 아니라면. 공간도 탁 트여있고, 상당히 넓다. 카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산책하거나 조깅 등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지나치며 '구경'정도는 할 수 있지만 인위적인 만남을 통한 네트워크 형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도 벤치나 잔디밭이 간헐적으로 있어서 쉴 수 있고, 바다와 가깝다면 바다를 구경할 수도, 강이나 호수가 있다면 그것들을 구경하며 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날씨가 좋지 않다면 공원에 나오는 사람도 없거니와, 나 또한 가기가 꺼려질 수 있기에 여러 제약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3. 교회는 사람을 가려받지 않는다. 입장료나 회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날씨나 어떤 제약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돈이 없다고 쫓아내지도 않고,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 나그네라 할 지라도 밥 한 끼라도 어떻게 대접해보려고 고민하며, 여러 인위적인 만남과 관계를 형성시켜서 다양한 사람들을 한 공간에서 만나게 하고, 한 공동체로 묶어버린다. 일개 취준생이나 공시생이 대기업 CEO나 정치인과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세상에선 도저히 만나지 않았을, 만날 수 없었을 또다른 세상에서 살던 사람들을 인위적이지만 그 안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세계가 넓어지고, 함께 섬기는 하나님이라는 분이 얼마나 다채롭고 위대한 분인지, 그러나 동시에 섬세한 분인지를 알아가기도 한다.
여기서 교회가 도시에 침투할 수 있는 하나님 나라라는 것이 증명되지 않을까. 서로의 어떠함이 아닌 무조건이 조건이 되고, 자격 없음이 자격이 되는, 각 개인들을 교회로 초대하신 분이 우리가 받아들여질 조건과 자격 그 자체가 되어주셨을 기억할 때 도시를 섬기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난 오늘 무엇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가. 서울에서, 마닐라에서 하나님 나라를 세우고 싶은가. 그러하길.
지금은 이런 글을 쓰지만 언젠가 또다시 죄에 걸려 넘어질 때, 이 글을 돌아보길.
"따닥따닥 붙어 살아서 힘들었지만,
따닥따닥 붙어 살기에 행복한"도시,
살면서 눈으로 보고 경험해볼 수 있을까. 나부터 변화되고,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길 기도했으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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