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나는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하고 있다. 토목공학과 출신의 JY, 이제 토목기사가 되기 위해서, 장기적으로는 토목기술사와 기업가가 되기 위한 첫 단계에 직면한 상태로 봐도 되겠다. 나는 2월부터 학원을 다녔고 이제 1주일이면 종강한다. 그러다 지난 주 금요일,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다가 갑자기 교수님이 부르셨다.
교수: "윤사장 잘 지내지?"
JY: "네? 갑자기요?"
교수: "아버지랑 참 닮았구나. 몇 달 전에 윤사장이랑 만나서 밥 먹었는데, 마침 아들이 토목기사 준비중이라더라. 그래서 공부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깐 학원 다닌다고 했는데, 그 아드님이 여기에 다닐 줄이야. 윤사장도 나랑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고 대화도 잘 통해서 좋은 동료이자 거래처 사장이었는데, 그게 벌써 20년도 더 되었구나."
JY: "설마설마했는데 그랬군요...! 사실 저도 노량진에 학원 등록할 때 아버지가 아는 분도 노량진에서 학원하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게 교수님일줄은 몰랐어요!"
교수: "최근에 통화하다가 이 학원에 다닌다는 이야기 듣고나서 너인거 확신했다. 너가 어렸을 때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깐 참 많이도 컸구나. 기업가가 꿈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열심히 배워서 아버지를 뛰어 넘어라,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질문도 많이 하고 언제든 찾아오고. 윤사장이랑 셋이서 밥 한 번 먹자."
JY: "ㄴ..넵! 안녕히계세요! 다음 주에 뵐게요!"
아버지는 30년이 넘게 건설업계에서 일하고 계신다. 한 업계에서만 30년을 넘게 계셨고 계속해서 성장했기에 별의 별 사람들을 다 알고 지낸다. 특히나 건축과 토목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토목 관련 사람들도 참 많이 아시는 것 같다. 아버지를 따라 자주 건설 현장에 왔다갔다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던 것 같다. 대개 그 사람들은 말단 직원이나 대리가 아닌 팀장이나 부장, 사장과 회장 등이었단다, 더 어린 시절의 JY가 보기엔 그저 '아저씨들' 또는 '할아버지들' 이었지만. 그 중에 한 아저씨가 오늘 내게 말을 걸었던, 그리고 지난 3개월간 나를 가르치던 교수님이었다. 아버지와 꽤 친하게 지냈던 자문 교수였으며, 둘 다 젊은 시절부터 건설과 토목업계에서 주목받으며 성장하던 젊은 인재들이었단다.
20년이 지나고, 한 명은 지금까지 한 기업의 사장으로서 수백에서 수천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고, 또 한 명은 교수와 학원강사로 현재 노량진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나를 포함한 2만명이 넘는 토목공학도와 건축공학도들을 양성하여 세상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 교수님이 내게 보인 호의에 정말로 감사했다. 그리고 부담스럽고 불편했다. 이제 볼 일 없을 것 같아서 아쉬웠던, 토목기술사나 구조기술사를 준비할 때나 만날 것 같던, 아니 어쩌면 그 전에 먼저 나이가 들어 다시는 사제관계로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었다. 겨우 3개월밖에 함께하지 않았지만 나는 배우고 질문하면서, 그리고 상담을 받으면서 당신에게서 이미 많은 것을 받아가고 있었고, 당신은 잠시 지나가는 수많은 학생들 중 한 명인 내게도 기꺼이 시간과 열정을 내주며 나를 가르치고 도와주셨다. 가끔 커피도 타주시면서 사적인 대화도 이끌어내시며 내게 관심을 보이셨던 겸손한 모습까지, 나는 짧은 시간에 당신을 귀한 스승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것 같다. 도대체 당신이 뭐가 부족해서 지나가는 한 학생에게 이런 많은 관심과 정을 베푸신 것이었을까.
그렇기에 그런 당신이 나를 지켜보고 나의 성장을 기대하겠다는 그 말이 부담스럽고 불편했지만, 동시에 너무나 감사하고 영광이었던 그것, 혹시 이런 것이 경외감이라는 것일까 싶다. 더 합격하고 싶어졌다. 내게 이미 너무나 큰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 가끔 찾아뵈면서 노량진에서의 짧은 추억을 회상해보면서 삼겹살을 뒤집고 싶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나는 '겨우' 이런 교수를, 그리고 내 아버지를 경외하면서 왜 하나님은 경외하지 않는 것인가.
하나님은 교수보다도, 내 아버지보다도 더욱 섬세하시고 지혜로우시고 능력있으신, 거기에 선하고 자비하기까지 하신 나의 하늘 아버지시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여전히 삶에선 잊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 내게 오늘도 필요한 것, 청년의 때에 창조주를 기억하는 것 아니겠는가,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전도서12장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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