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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거짓말(by 조현근 시인)을 읽다가 문득 당신 생각이 들었다.

잡다한 일상, 잡다한 생각

by Justin Yoon 2022. 4. 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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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다가 쉬는 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조현근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서 쉬고 있었다. 앞의 내용을 그냥 생각없이 넘기다가 문득 멈춰서게 한 시가 있다. 이분은 21년 7월에 숨을 거뒀단다. 평범하고 바쁘게 살았던 직장인이던 그는 어느 날 암환자가 되었고, 자신의 일기를 시에 담았단다. 40분 공부하고 5분 쉬는 패턴을 반복하던 내 공부 패턴, 5분간 이 책을 읽다가 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이 시에서 할머니 생각이 났다. 그리고 마침 창가에 앉았던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5분의 쉬는 시간과 몇 분 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왜 자꾸 당신이 생각났을까. 어느덧 침대 위에서 주된 일상을 보낸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당신을 볼 때, 그리고 이제는 혼자서도 당신 스스로를 가누기 힘들어서 그토록 싫어하던, 현대판 고려장이라며 죽어도 가지 않을 것이라던 요양원에 스스로 들어가신지가 1년이 다 되어가는 당신을 볼 때, 이제는 나도 이것저것 해야할 일들이 많아서 자주 봐야 1~2주에 한 번 볼 수 있는 당신이, 한 주가 다르게 늙어가고 죽음에 가까워져가는 당신이 왜 자꾸 생각나는 것일까. 나는 살아가는데, 왜 당신은 죽어가는 것 같을까.

올해로 당신은 90세를 맞이하셨다. 나는 26세가 되었고, 대학을 졸업하여 이제 취업을 준비하고 그 외 출판과 사업 등의 일과 교회 생활까지 하며 바쁘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많은 것을 붙잡고 살기 위해 나름 아둥바둥 살아가곤 있지만 정작 내 인생에서 큰 것을 놓치며 살아가진 않았는가 싶다. 언젠가 교회 목사님이 이런 촌철살인급의 말을 넌지시 던져준 적이 있었고, 창밖을 바라보며 뭔가를 생각하다가 이 말이 스쳐 지나갔다 - "가장 좋은 것을 예배하는 것에 가장 큰 방해가 되는 것은 좋은 것들이다".

이 비유를 가족관계로 끌고 와 볼까. 내가 할머니를 사랑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크게 방해가 되는 것으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이뤘을 때 당신께 그것으로 보답하겠다는 생각과 마음가짐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업가가 되지 못해도 괜찮다, 당장 큰 돈을 벌어서 많은 용돈을 드리지 못해도 괜찮다, 다만 지금 내게 필요했던 것은 당신과 함께 보내는 시간, 아무리 짧을지라도 기회가 될 때마다 몇 번이고 찾아뵙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지금이라는 시간과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못해 넘쳤을텐데 나는 왜 그 기본적이면서도 정말 중요한 것들을 까먹은 채로 지난 몇 달 간의 일상을 보내왔던 것일까.

당신은 항상 내게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아버지나 고모들을 통해서 뒤늦게 들었던, 아니 굳이 들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던 것은 아프지 않다는, 두렵지 않다는, 빨리 죽어서 편해지고 싶다는, 밥 많이 먹었으며 힘이 넘친다는 '거짓말'이 아니었을까. 물론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말씀하셨을 수도 있다, 내가 단정지어서 함부로 판단했을지도 모르겠지. 그렇지만 요양사선생님들이나 따로 고용해서 수발을 들어주는 간병인선생님들이나 하는 말들로는 혼잣말로 아프다, 살고싶다, 입맛이 없다, 손주 결혼식은 가야하는데 어떡하나 등과 같은 말씀들이었다는 것. 감정적인 요동이 거의 없는 파란색, 남색 심장을 가진, 감수성도 그리 풍부하지 않아서 항상 이성과 논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로봇과도 같은 이 사람의 마음을 크게 흔드는 사람이 있다면 현시점에서 딱 세 사람, 바로 부모님과 당신이다. 그냥 뭐, 그러하였다.

난 당신에게 잘하겠다고 약속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며, 지킬 수도 없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라도 가능한 자주 옆에 있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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