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의 리프레라는 맵의 bgm이다. 초등학교 때 잠깐 이 게임을 해본 적은 있지만 당시에 나는 레벨 100을 넘는 고렙 유저가 아니었어서 이 맵에 가볼 수 없었다. 그곳의 유저들은 순하게 보이지만 레벨과 공격력 모두가 높은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강한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그 맵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당시에는. 그렇기에 나는 이 bgm을 그저 유튜브로만 들을 수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피아노 커버 버전이 너무 좋다. 집이든 방이든 카페든 이동할 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든 어디서든 내가 쉰다고 느낄 때, 그냥 별 생각 없이 피아노 곡이 듣고 싶을 때 듣는 여러 곡이 있다. 그리고 이 곡 또한 포함된다.
닌텐도였나, 모바일이었나, 어찌 되었든 언젠가 직접 맵을 들어가서 돌아다녀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리프레라는 곳을 돌아다니고 그 bgm을 들으며 내가 느꼈던 것은 이름 - Leafre 처럼 자연 속에서의 산뜻함과 상쾌함, 그리고 그것이 주는 안식처와도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분위기도 밝고, 뭔가 희망찬 느낌 또한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곡을 듣다보면 새롭게 뭔가를 시작할 때, 또는 재도전을 앞두고 있을 때 힘차게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느낌 또한 주기에 내가 슬럼프 가운데 빠져있는 것 아닐까 싶은 느낌이 조금 강하게 들 때에 이 곡을 포함해서 여러 곡을 들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는 뭔가를 시작하거나 재도전을 할 때, 생각을 정리할 때 이 곡을 듣는다고 했다. 요즘 내겐 새롭게 시작한 것들, 재도전할 것들, 생각을 정리할 많은 것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가고 나도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현실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주저앉을 때도 있고, 오히려 희망을 발견하고 더욱 깊이 파고들고 싶어질 때도 있지 않겠는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이 표현, 난 정말 지금 그런 것 같다. 가족, 사람, 사랑, 진로, 돈, 건강, 계획, 기업 등 떠오르는 생각할 거리의 장르만 해도 벌써 열 가지가 넘는데, 그 열 가지는 그저 나뭇가지일 뿐, 그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들까지 하나씩 세다보면 너무나 많다. 그 'Leaf', 'Leaves'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면, 그리고 하나씩 생각하다보면 그것들이 내겐 고민거리일 수도, 산뜻함과 눈건강에 좋은 녹음의 일부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나뭇잎들이 모이고 모여서 내 인생을 장식해 주기도 하지 않던가.
그런 의미에서 리프레라는 배경과 그에 맞는 배경음악은 인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의 이 청년기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하며, 희망차고 무엇이든 도전해도 아름다운 시기라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것 같기도 하다. 계속해서 "~한 것 같기도 하다"라는 화법으로 감상문을 쓰는 이유는 예술에는 답이 정해져있기 보다는 내가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지가 조금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의도적으로 이런 방식의 표현을 쓰는 것이다.
'리프레'라는 마을, 그리고 이것이 내 인생이라고 한다면 모든 나뭇잎이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떤 나뭇잎은 멀쩡하기도, 멀쩡한 것을 넘어서 아름답기도, 또 어떤 것은 송충이와 같은 애벌레들이 갉아먹어서 빵꾸가 여러 군데 나 있고 나뭇잎의 뼈대(?)만 남은 것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나씩 살펴보면 나뭇잎은 그것들 또한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만 그 나뭇잎이 모여서 전체적인 그림으로 나타날 때에는 삶의 아름다움과 삶이라는 선물을 어떻게 대하며 살아가야 하겠는지 등에 대한 긍정적인 도전을 주기도 한다. 난 그래서 이 곡이 참 좋고, 누군가와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다면 한강이나 바다가 보이는 카페 창측에 앉아서 이 곡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하고싶은 말을 글로 써보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참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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