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읽고 보고 느낀 점, 들었던 생각.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라는 영화를 봤다. 난 지금도 주변에서 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볼 의향도 있다. 그 정도로 좋았고, 영화를 보면서도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원작인 소설로도 봤는데, 상상력이 부족한 나로선 참 재밌었지만 그럼에도 눈으로 볼 수 없어서 빨리 영화화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11/30, 2022에 개봉했다.

주요 등장인물은 남자친구인 토루, 여자친구인 마오리, 마오리의 특별한 절친 이즈미, 이렇게 3명이다. 마오리는 중3 때 교통사고를 당하고, 사고 이후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을 잊는 특수한 기억 장애 같은 것을 앓고 있었다. 다행히도 가족과 이즈미 정도는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오리의 방에는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메모장을 동선에 맞게 붙여놨는데, 메모지의 주된 내용으로는 자신이 어렸을 때 사고를 당해서 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은 부모님과 이즈미만 알고 있으며, 항상 자기 전에 하루를 기록하고 다음 날 일어나서 읽어볼 것 등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마오리의 부모님은 이즈미와 학교 선생님들같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사실을 알렸다.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던 토루는 친한 친구가 괴롭힘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오리에게 거짓 고백을 한다, 그게 조건이었다. 그런데 마오리가 고백을 받았다. 그리고 찍힌 영상이 인기동영상으로 급상승하면서 어쩌다 그들은 스타가 되어버린다. 이에 마오리가 토루에게 내건 조건은 3개 - ①하교 전까지 서로 말 걸지 말 것, ②연락은 최대한 간결하게 할 것, ③그리고 진짜로 좋아하지 말 것이었다. 그리고 정말 사귀는 연인인 척을 하기 위해 그들은 서로를 열심히 알아가지만, 토루는 마오리가 기억 장애를 앓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어느 날, 공원에서 토루가 싸온 도시락을 먹고 나른해진 마오리는 자기도 모르게 잠을 자는데, 일어났을 때 패닉이 온 그녀는 급하게 이즈미에게 전화를 걸고, 결국 토루는 마오리가 기억 장애를 앓고 있음을 알아버린다. 그 사실을 알리고 괴로워하는 마오리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일기에 기록하지 말자고, 그러면 내일의 너는 모르지 않겠냐며 함께 '내일의 마오리'를 속이자고 제안하는 토루, 정말 멋있었다. 마오리가 그런 장애를 앓고 있음에도 남자친구로 옆자리를 지키겠다는 그 다짐이 이미 마오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느 날, 마오리의 절친 이즈미는 토루에게 왜 계속 만나냐고 묻는다. 그러자 토루가 하는 대답은 매일 기억이 초기화되는 마오리의 하루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그것이 자신에겐 참 기쁘다고 그러고 싶다고 말했었나 뭐라나. 사랑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엄청나거나 특별한 뭔가를 해주지 못해도 상대가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원하는,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상대가 어떤 상태에 있든 사랑하기로 다짐하는 것을 보며 기독교적인 사랑이 떠올랐다. 조건적인 사랑이 아닌 무조건적인 사랑, 자신을 내어주며 섬기고 희생하는, 기꺼운 그것이 바로 기독교적인 사랑이 아니던가. 그런 생각으로 영화를 계속 봤다. 이후의 내용은 영화를 보면 된다. ㅎㅎ

다양한 생각, 그중에서도 나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혹시 나는 사람들을 조건적으로 사랑하려 하진 않는지, 그리고 평생을 나와 함께 갈 사람이자 친구가 되어줄 사람에게 어떤 극한 상황, 최악의 상황이 내게 닥친다 할 지라도 나는 그 옆자리를 신실하게 잘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를 향한 질문과 의문도 생겼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시간도 되었다.

처음엔 누군가의 외모나 어떠함에 끌려서 사랑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추억을 쌓아가면서 상대의 빛나던 부분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수도, 오히려 어둡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저 선물로 내게 와준 사람을 참으로 귀하게 여기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애절함을 갖고 잘해주고 싶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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