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 교회를 가는 길에 빨간불에 걸렸다. 아무 생각 없이 신호등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든 생각의 일부를 적어볼까 싶었다. 신호등의 통제와 안내는 잘 따르는데, 내 인생을 설계하셨고 인도하시는 선하신 분께는 왜 잘 따르려 하지 않는가. 왜 더 많은 두려움과 회의를 안고 살아가는가 싶었다.
살다 보면 하나님이 내 인생을 인도하시면서 때로는 신호등과 같이 명백하게 보여주실 때가 있는 것 같다. 어떤 때에는 빨간불, 어떤 때에는 노란불, 또 어떤 때에는 초록불을. 우회전과 좌회전이 있기도 하고, 유턴도 있다.
아주 계획적인 사람, 굳이 MBTI를 끌어다 쓰면 J 중에서도 J인 극J, 이른바 '쪠이'로 사는 이 사람이 왜이리 많은 계획과 경우의 수를 따져 가며 최상과 이상엔 이르지 못할 지언정 최소한 최악은 면하자는 주의로 살아가곤 할까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두려움과 염려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니깐, 하나님이 내 삶에 보이시는 신호를 주의 깊게 안보고 내 맘대로 달려가다가 여기에 쿵, 저기에 쿵 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인생은 은혜와 사랑의 연속이지만 동시에 죄와 어리석음, 연약함의 연속이기도.
근 6개월 간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키워드로는 '워라밸'과 '처라밸'이다.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과 신앙과 삶의 균형인 처라밸, 그리고 일과 신앙의 균형을 위해 지금 당장 내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참 많이 들곤 한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적진 않겠지만... 그냥 뭐, 내게 조금 더 주어진 것, 섬김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겠으며, 내게 조금 더 필요한 것, 나의 가난함과 약함을 겸손히 인정하며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같이 생각해보게 된다.
꿈을 꾸는 것이 참 많다. 그러나 그 모든 꿈을 성취할 뿐만 아니라 역사에 남길 만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을 것인지는 정말 아무도 모를 뿐더러 정말이지 쉽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더 오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암기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세상에 속한 상태로 살아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일상의 대부분을 어느 죄인과 다를 바 없이, 악인들과 다를 바 없이, 오만한 자들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지 않던가. 복 있는 사람의 삶은 철저히 남의 이야기며, 어느 불신자와 다를 바 없이 또 한 주를 살았고, 그렇게 지닌 해와 인생 전부를 살아오지 않았던가.
지금 당장 내게 은혜가 필요하고, 믿음이 필요함을, 그리스도께로 나아가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음을 정말로 믿고 겸손히 고백하며 긍휼을 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그리고 또 하나, 하나님이 나를 어느 곳으로 인도하시든, 겸손히 순종하며 당신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내 평생을 따른다는 사실을 고백하기를. 나의 여러 가난과 문제를 진정으로 아시는 당신님을 기억하며 기도제목으로 들고 나아가는,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성숙해지는 경건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27살, 드디어 20대 후반. 난, 아직도 많이 어리다, 사회적으로도, 신앙적으로도, 그 어느 무엇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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