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애슐리에서 먹었다. 다른 직원만큼 엄청난 기동력과 일처리 속도를 보이진 못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식당 홀서빙 종업원이 '멸종'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내가 생각보다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것, 시간이 참말로 빨리 지나가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로봇 개발 업체인 'PuduBot'이라는 기업이 있는갑다. 한국의 브이디컴퍼니와 함께 합작하여 서빙 로봇을 연구/개발/판매하는 것 같은데, 내가 앉은 테이블에서 호출벨 버튼을 누르면 내가 있던 위치가 저 로봇의 화면에 뜨면서 우리 자리로 알아서 찾아오고 그릇을 반납할 수 있게 방향도 틀어준다.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일부러 앞에서 '길막'을 해도 아랑곳 않고 방향을 틀어서 우회해서 호출한 고객을 잘 찾아오더라는 것, 그리고 계속 길막을 하니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약간 "방해하지말고 비켜라"라는 느낌을 사알짝 받은 것 같기도 하다.
일단 정말 신기했다. 언젠가 문래돼지불백이라는 백반집에서 밥을 먹을 때에도 서빙로봇이 음식을 싣고 내가 앉은 자리에 서빙을 와줬던 기억이 나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첫째는 향후 로봇, 인공지능, 자율주행, 빅데이터,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사이버보안, 핀테크 등의 산업이 전망이 참 좋을 것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둘째는 사람이 할 일이 더 많이 없어질 것이라는 것, 그리고 앞서 말한 그 산업군에 속하는 기업들이 더 많은 직원을 필요로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업원의 멸종 위기가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 있었다. 물론 홀서빙 직원들 중 매니저는 최후에 없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마 매니저 입장에서도 두 가지 감정이 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는데, 일하면서 동료와 싸우지 않아도 되니깐 편해서 좋을 수도 있다는 것과 오히려 자신 혼자(또는 소수만) 사람이고 나머지 '부하직원'들이 죄다 로봇이니 외롭고 심심한, 그리고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긴 하겠지만 아직은 많이 느린, 정말 말 그대로 간단한 일만을 처리해주기에 그들이 처리해준 잡다한 일을 매니저가 해야하니 소수의 사람들에게 일감이 '몰빵'되는 현상도 아예 간과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마저도 나중에 로봇이 더 발달되면 사장 또는 투자자 외에는 전부 로봇이 요리부터 청소, 설거지, 계산까지 다 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 그리고 어쩌면 2020년대가 끝나기 전에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일례로 일본에 무인 로봇 호텔도 있지 않던가.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고, 왜이리도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냐고 혹자는 나에게 꾸중을 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돈도 많이 들고 일처리도 완전하지도, 정확하지도 못한, 그리고 가끔은 고용주에게 '하극상'을 일으키는 사람을 굳이 고용하고 싶을까? 물론 초기에 로봇 직원을 사들이는 데에 큰 투자 비용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연 어느 쪽이 더 '가성비'가 좋을까? 그들이 아닌 그것들은 업무 시간에 졸지도, 쉬지도, 불평하지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배째라는 식의 태도도 보이지 않는다. 부익부빈익빈의 시대, 초양극화의 시대,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지고 없는 자는 더더욱 힘들어지는 시대, 우리는 과연 노동자로서의 삶을 평생, 죽을 때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 있다면, 내가 공대 관련 학과를 나왔고 자격증 소지자라면, 태생이 금수저라서 로봇을 고용할 재력이 된다면 그들에게는 이 이야기가 따분한 이야기일 것이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적어도' 빈익빈만을 피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그것은 생각보다 간단할지도 모르겠다, 그들(기업)의 지분을 야금야금 사 모으는 것, 그리고 그들의 부익부를 조금이나마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 아닐까? 나보다 10살 동생인 중학생 친구와 밥을 먹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한참을 얘기했다.
-p.s. 물론 특이점이 멀었다곤 한다. 그런데 그 특이점도 언젠간 마주할 때가 온다. 만약 그 때에도 내가 살아있다면 솔직히 정말 소름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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