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이해와 용서를 구한다. 앞으로 지금처럼 매 주 자네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자네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매 주 옆에서 지켜보겠다던 나의 약속은 이번에도 신실하지 못하였다.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한다. 시간을 더욱 더 효율적으로 분배하며 자네들과의 일상 속에서의 교제를 조금 더 누려볼 기회일지도.
적어도 지금 당장에 한해서는 청소년부와 청년부에서는 둘 다 내가 필요하다. 교사로서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청년부 내에서도 어떤 서무적인 일이나 또래 친구들을 섬기는 또래장이라는 것도 함께 해보며 섬겨볼 사람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냥 뭐, 나 서무팀장 됐다. 승진(?)같은거 한 거 아니니깐 한 턱 쏘라고 하지 마라, 그거 아니어도 너희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줄 이유는 충분히 많다.
불러주는 곳이 있다는 것,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 내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곳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내가 아직 무능력하거나 쓸모 없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답답하게만 느껴지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나, 뭔가를 성취하며 더딜지라도 계속해서 앞을 향해 도전하며 나아가는 나 자신을 볼 때 오히려 쉼을 느끼는 나, 체력적인 한계를 느낄지라도 내 영향력이 점차 커져가거나 내 능력의 범위와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내가 지극히 인간적인 생각으로만 받아들였다면 서무팀을 맡게 되었다는 것이 미래의 기업을 이루는 것에 적지 않은 도움과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다른 면에서 기쁨과 설렘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다른 면에서 기쁨과 설렘이 느껴졌던 것은 왜일까. 왜 나는 요즘들어 '바보같고 효율 떨어지는' 방식을 택하며 공동체를 섬기고 내 시간과 물질을 할애하는 것이 기쁠 때도 있고, 설렐 때도 있는 것일까. 도대체 하나님은 어떤 분이시길래 완강하게 거부하며 몸부림 치던, 섬김을 '당하기만' 하던 나를 당신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하신걸까. 너희들에게만 쏟아붓던 그나마 별로 있지도 않던 사랑이라는 것을 좀 쪼개서 다른 친구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나눠볼까 싶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
정말 신기한 것 하나 알려줄까, 어쩌면 너희들은 나보다 더 빨리 알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신기하게 나눌수록 커지더라는 것. 돈을 나누면 결국 0으로 수렴하겠지만 사랑만큼은 수의 밥칙을 철저히 무시한다. 1을 2로 나누면 0.5가 되지만, 1을 0.5로 나누면 2가 되듯 자네들을 포함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문턱이 낮아지는 것 같은 이 상황이 마냥 싫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님이 일하셨다"는 이 두 어절이 아니고선 어떤 이론과 가설을 갖다 붙여봐도 증명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내 20대 초반과 그 이전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경악을 하며 어디 아픈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할지도 모르겠고.
하나님을 예배하며 알아가는 여정, 나는 계속해서 낮아지고 당신은 높아져만 가는 것의 연속, 이것을 생각해보면 애초에 우리가 높았던 것도 아니며 하나님이 낮았던 것도 아닌, 하나님은 그저 하나님이셨으며 우리는 철저히 약한 자들이라는 것, 높은 곳에 앉으셨으나 스스로 낮추셔서 우리를 찾아와주신 당신의 어떠하심이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있었던 하나님의 어떠하심이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교사로 섬길 때나 어떤 모임의 리더로 섬기는 것도 그 어떤 형식으로도 섬기는 것을 통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유익은 우리의 가장 좋음이 되어주신 분을 더욱 알아가고 풍성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리스도를 바라보지 않고선 도저히 배길 수가 없지 않을까.
나를 가장 좋아하고 의지해주는 너희들이지만 나의 상황을 이해해줘서. 어찌보면 은혜로 뒤덮인 삶을 계속해서 살아왔던 것 같다. 고맙지만 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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