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좀 주십쇼", "이거 무슨 뜻인지좀 알려주십쇼" 등과 같은 기도, 난 참 많이도 했다. "당신님의 선하신 뜻대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룰 것입니다"라는 기도는 우리에게 안식과 위로를 줄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그것이 내게 딱히 와 닿지는 않았다, 여전히 성취해야 할 탐욕거리가 많이 남아 있으니. 기도할 때 입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했던 기도는 "나 이러저러하기 원하는데 그래서 하나님 대답은 뭐요? Yes요, No요? Yes면 빠르게 진행시키시고, No라면 빨리 말해주십쇼, 그래야 플랜 B, C, D를 세워 나갈 것 아니겠슴까. 나를 잘 아신다고 했으니 내가 원하는 그 때에 나타나서 일하십쇼"와 같은 로봇을 대하듯 하지 않았는가 몇 번이고 돌아본다. 너무나 적나라해서 웃기지만 동시에 비극.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내내 이어져 왔던 나와 하나님 사이의 씨름이다. 기도라는 것을 하긴 하지만 여전히 하나님을 손바닥 위에 놓고 쥐락펴락 하려고 한다. 또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내게 당신의 하나님 되심을 몇 번이고 말씀을 통해, 삶 전체와 그 과정을 통해 말씀하신다. 내가 바라는 이상과 진짜 세계, 진짜 현실을 두고 갈등하는 것이 남의 인생을 통해선 참말로 쉽게, 단숨에 발견할 수 있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그런 사람임을 기억하진 못한다.
하나님께 미래를 맡겨본다는 것은 못미덥다. 하나님께 내 인생을 '베팅'했는데 뭔가 '잘 되지 않는다면' 너무나 화나고 억울하지 않겠는가 싶으니깐. 그러나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하나님이 선하게 인도하셨다던 내 인생이 내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았음으로 오히려 재앙을 피했다는 생각, 살면서 적지 않다.
내가 유학의 길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지금의 교회를 만나게 된 것, 과연 내 생각과 계획에 있었을까. 일례로 나는 이 교회를 출석하고 2년이 넘도록 이 교회에 다니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일개 개인보다도 가난하고 '한 달 살이'로 월세를 내며 살아가는 건물 없는 교회가 부끄러웠지만 딱히 갈 교회는 없고, 청년은 많지만 장로와 권사가 (아직) 없는 이 교회를 불안한 상태로 판단해버렸다. 젊은 사람들이 많은 교회가 좋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이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이라는 것은 현실이다. 뜬금없지만 20살의 파혼 또한 마찬가지. 하나님의 뜻대로 삶이 굴러가는 것은 그저 모든 것들이 불평과 불만거리로 가득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마음이 거의 사라져 있었으며, 한 달 살이라 할지라도 은혜로 살아가는, 지역과 도시를 섬기려고 하는 이 교회가 이제는 자랑스러워져가는 중이며, 또한 여러 사람들을 통해 교회를 생각하고, 복음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며 삶에 적용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주일 새벽에 상쾌하게 일어나서 50분 남짓의 이동하는 시간도 기쁘며 사람들과 교제하며 밤늦게까지 놀다가 아쉽게 헤어지는 이런 일상이 지금은 꽤 좋다. 주는 것이 받는 것 만큼이나 좋다는 것, 내가 살면서 받은 사랑이 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내 계획'이 아닌 '당신님의 뜻', '당신님의 인도하심' 아래에서 누리며 살아가는 요즘,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과연 나쁜 소식인가?
여전히 순종하고 받아들이지 않음에도 우리에게 언제나 당신의 선하고 지혜로운 인도하심이 삶에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하신 분,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절망함에도 그것마저도 성장통으로 쓰시며 우리를 더욱 성숙하게 하시며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고백하는 여정을 함께 하시는 분,
시간을 뚫고 낮은 곳으로 내려오셔서 우리를 진정으로 공감하시는, 그리고 우리의 모든 불순종과 죄악을 대신하여 십자가에 함께 못박히신 분,
그 이름으로 기도할 때 당신의 기도처럼 우리의 불완전한 기도를 변화시키시는 분, 우리 신학의 가장 중심이 되시는 분,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었던가.
예수 그리스도께로 나아오라는 초대는 생각 이상으로 꽤나 매력적인 부르심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 당신님을 향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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